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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AI 시대의 판도를 바꾸다 3부. 데이터를 위한 초고층 빌딩

sunolog0520 2025. 6. 12. 18:00

HBM, AI 시대의 판도를 바꾸다
3부. 데이터를 위한 초고층 빌딩

HBM을 만드는 핵심 기술들

안녕하세요! [HBM, AI 시대의 판도를 바꾸다]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1부에서는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HBM의 탄생 배경을, 2부에서는 HBM이 AI와 만나 어떻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HBM을 ‘데이터를 위한 초고층 빌딩’에 비유했었죠.

오늘은 그 비유에 맞춰, 이 놀라운 초고층 빌딩이 과연 어떤 건축 공법으로 지어졌는지, 그 내부 설계의 비밀을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HBM을 특별하게 만드는 세 가지 핵심 기술, 3D 적층, TSV, 그리고 인터포저를 소개합니다.

1. 3D 적층: 옆이 아닌 위로, 공간의 마법

기존 메모리 반도체는 단층 건물을 옆으로 계속 넓히는 것과 같았습니다. 용량을 늘리려면 더 넓은 땅(면적)이 필요했죠. 하지만 HBM은 발상을 완전히 전환했습니다. 바로 D램 칩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이를 '3D 적층(Stacking)' 기술이라고 합니다.

HBM의 구조. 여러 개의 'D램 단품'이 수직으로 쌓여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음.

 

위 이미지에서 여러 개의 파란색 층으로 표현된 ‘D램 단품’이 바로 수직으로 쌓인 메모리 칩입니다. 이처럼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은 두 가지 엄청난 장점을 가져왔습니다.

  • 공간 효율 극대화: 같은 면적에 훨씬 더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게 되어, 반도체 칩의 소형화와 고집적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 데이터 이동 거리 단축: 칩과 칩 사이의 거리가 극적으로 짧아졌습니다. 이는 곧 더 빠른 속도와 낮은 전력 소비로 이어지는 기반이 됩니다.
용어설명: D램 (DRAM - Dynamic Random Access Memory)
컴퓨터의 주기억장치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전원이 공급되는 동안에만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의 한 종류로, 구조가 간단하고 속도가 빨라 CPU나 GPU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됨.
 

2. TSV: 층과 층을 잇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아파트를 아무리 높게 쌓아도 층과 층을 오가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겠죠? HBM에서는 TSV(Through-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이 바로 이 ‘초고속 엘리베이터’ 역할을 합니다.

TSV는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훨씬 얇은 구멍을 D램 칩에 수천 개 뚫고, 그 구멍들을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채워 상하단 칩을 수직으로 직접 연결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의 위력은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 기존 방식 (와이어 본딩): 칩 외부로 금속 선(와이어)을 길게 빼내어 옆에 있는 칩과 연결하는 방식. 마치 건물을 한 바퀴 빙 돌아서 옆 건물로 가는 비효율적인 동선과 같음.
  • TSV 방식: 칩 내부를 수직으로 관통해 최단 거리로 연결. 건물 각 층에서 바로 위아래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천 개의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과 같음.

이 ‘초고속 엘리베이터’ 덕분에 데이터는 더 이상 먼 길을 돌아갈 필요 없이, 최소한의 거리와 에너지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층간을 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2부에서 비유했던 '1024차선 고속도로'가 바로 이 TSV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용어설명: TSV (Through-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을 때, 각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하층 칩의 회로를 전극으로 직접 연결하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

 

3. 인터포저: HBM과 GPU를 잇는 최첨단 환승센터

초고층 빌딩(HBM)을 완벽하게 지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이 빌딩을 도시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 관제 센터(GPU)와 매끄럽게 연결해야 합니다. 이 중요한 연결 통로이자 환승센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터포저(Interposer)'입니다.

인터포저는 HBM과 GPU라는 두 개의 거대한 칩 아래에 위치하는 얇은 실리콘 기반의 중간 기판입니다.

비유를 들어볼까요? HBM과 GPU는 각각 수천 개의 출입구(범프)를 가진 초거대 빌딩입니다. 이 빌딩 내부의 통로는 매우 좁고 정교하죠. 반면, 이 빌딩들이 세워진 도시의 도로망(패키지 기판)은 상대적으로 넓고 단순합니다. 인터포저는 이 두 빌딩을 지하에서 연결하는 최첨단 복합 환승센터와 같습니다.

  • 미세 회로 연결: 빌딩 내부의 좁은 통로(HBM/GPU의 미세 회로)들을 서로 직접 연결해줍니다.
  • 신호 변환: 좁은 내부 통로와 넓은 외부 도로 사이의 차이를 완충하며 신호가 원활히 오가도록 돕습니다.
  • 최단 거리 확보: 두 빌딩을 물리적으로 매우 가깝게 붙여주어, 데이터가 이동하는 거리를 최소화합니다.

인터포저가 있기에 HBM과 GPU는 비로소 하나의 강력한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완벽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용어설명: 인터포저 (Interposer)
서로 다른 종류의 칩(예: 메모리 칩과 로직 칩)을 하나의 패키지 위에 실장할 때, 이들 사이를 전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중간 기판. 특히 칩의 미세한 회로와 기판의 넓은 회로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함.

 

다음 이야기 예고

3D 적층으로 뼈대를 세우고, TSV로 수직 동선을 확보한 뒤, 인터포저로 외부와 연결하는 이 세 가지 핵심 기술의 조화가 바로 HBM의 성능 비밀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HBM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당연히 이것이겠죠. "이토록 복잡하고 정교한 HBM을 과연 '누가' 만들고 있는가?"

다음 4부에서는 HBM의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치열한 전쟁, 그 왕좌의 게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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